취미건강

백두대간(성삼재~복성이재 2001년 8월1일)

얄리영 2011. 5. 26. 19:06

 

 

 

 10년전 2001 81일부터 3일까지 백두대간 지리산 성삼재부터 복성이재까지 독파하고 92일 이 글을 쓰고 다시 오늘 여기에 올린다.

 

 

백두대간(성삼재~복성이재 2001 81~3일)

 

 

 

 

백두대간산을 좋아하고 즐겨 찾는 이들은 누구나 한번쯤 가고 싶은 코스다. 나는 지난 81일부터 3일까지 지리산 성삼재에서 여원재까지 그리고 여원재에서 복성이재까지 걸었다. 더운 날씨 무거운 배낭 홀로 가는 두려움 속에서 참고 버텼다. 구례에서 택시로 오르는 성삼재. 지도도 비닐로 싸고 나침의도 준비했지만, 처음 접하게 되는 별로 사람이 없고 산을 오르락내리락 평지의 민가를 지나고 하는 코스라 걱정이 많다. 성삼재 길에서 북쪽으로 가면서 왼편 산자락으로 올랐다. 관목은 키도 크고 시야를 가렸지만 밑으로 길은 잘 보였다. 81일 오후 한 시경 출발했다. 만복대까지의 길은 지리산 능선처럼 뚜렷하고 주변경치도 좋았다. 더운 날씨에 산봉우리마다 안개가 끼고 빗방울도 떨구었다. 차라리 내리쬐는 태양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무거운 배낭에 어깨가 아팠지만 한 등산인을 만났는데 정령치까지 간단다. 좋은 사람이다. 청소자루를 들고 다니며 내 배낭을 두번 씩이나 둘러메 주었다. 정령치 도착이 오후 다섯 시, 내친 김에 고기리 마을까지 무리하기로 했다. 별로 먹은 것도 없이 더위 속에 무겁디무거운 배낭과 같이 한 시간이 더 지나자 지쳐 버렸다. 배도 고프고 한데 왜 그리 멀든지!! 지친 자에게는 단 10분이 한 시간이요, 더욱 더 힘들게만 느껴지는가 보다! 날은 어두워 지고 순간 두려웠다. 그렇다고 여기서 쉴 수는 없고 해서 계속 걸었다. 지친 몸으로 정령치 출발 두 시간 반 만에 운봉읍 고기리 입구에 도착했다. 너무 지쳐 만사가 귀찮았다. 선유산장이라고 있었다. 주로 식당으로 사람이 찿고 민박시설이 있었는데 방이 다 찼다. 주인 아주머니가 손님이 가고 나면 식당룸에서 자라고 했다. 기다리다 저녁식사를 하고 누웠는데 어깻죽지가 아프고 온 몸이 맞은 듯 뻐근해 잠이 오지를 않았다.

 

 

 

다음 날 아침 기상하여 주촌리까지 아스팔트길을 걸었다. 어제의 피로가 덜풀린 듯 하지만 힘차게 걸었다. 주촌리 가재마을이라. 뭔가 사연이 있을 듯한 뒷산 덩치 큰 소나무 네 그루 사이를 지나 산속으로 향하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집을 놔두고 다시 산을 향하는 심정. 더운 날씨라 낮은 산이지만 여러 번 쉬었다. 계속된 네 시간의 산행. 고행길이었다. 오후 한 시경 여원재에 도착했는데 숨이 막힐 정도로 뜨거운 바닥열기가 확확 찌는 콘크리트길 지친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그늘도 덥긴 마찬가지고 식사를 해야 되는데 귀찮았다. 일단 가게를 찿아 탄산음료를 사먹고 싶을 뿐이다. 아이들에게 물어 한 1 킬로미터를 걸어 허름한 구멍 가게를 찿았다. 아주머니가 식사 후 설겆이를 하고 있었다. 음료수 네 캔을 단 번에 마시니 찬없다 하며, 밥을 물에 말아 주셨다. 더위에 지친 자에게는 찬밥에 물을 말아 김치가 최고였다. 허기도 채우고 정신이 들었다. 정말 고마웠다. 세상은 주변의 도움으로 서로 기대며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시 산을 올라야 하는데 자신이 없었다. 대신 콘크리트길을 돌아 목표지점까지 갈 생각이다. 농가의 전원풍경, 소 외양간퇴약볕에 배추 무파종忙中閑 마을회관에 모인 농부들고생한다고 건네는 말, 못에서 쉬는 백로, 아이들 그야말로 평온한 느낌이 들었다. 퇴약볕과 구름 사이, 오후 다섯 시 사치 마을을 지났다. 사치재 지리산 휴게소, 팔팔고속도로이다. 그리고 다시 주변에 높은 봉을 올랐다. 자료에 산불이 난 지 한 칠년쯤 지났겠다. 오늘은 여기서 텐트를 쳤다. 참 힘든 하루가 간다.

 

 

 

저녁 식사후 텐트 속에서 잠을 청하는데 잘 오지를 않았다. 깊은 산봉우리에 홀로 있다는 자체가 두려웠다. 문득 내일은 산행을 접고 고향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그리웠다. 텐트 속에서 달빛에 비친 나뭇가지들, 풀벌레 소리, 이따금씩 소쩍새 소리. 이 모든 것에 낯설고  두려움 속에 선잠깨고 하며 열두 시가 되었다. 그러다 좀 길게 잤는데 새벽 세 시다. 네 시까지 또 엎치락뒷치락. 네 시에 동이 튼 후 일곱 시까지 안심하고 잤다. 일어나 남은 물도 얼마없고 다음 물을 얻을 때까지는 네 시간 걸어야겠다. 아침 식사를 간식으로 때우고 걸었는데 이번 산행의 최대 난코스를 만났다. 바로 산불 때문이다. 산불이 난 후 칠년쯤 지난 곳인데 말대로 길하나 없는 관목과 억새숲이다. 반바지 밖에 없었던 터라 억새와 관목 잔가지 등이 다리를 마구 난도질 했다. 오르다 보니 순간 進退兩難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길이 없다. 지팡이로 헤쳐가도 관목과 억새풀이라 또 밑에는 타다가 썩은 나무토막 때문에 앞이 캄캄했다. 되돌아 가자니 대책이 없고 앞으로는 길이 없다. 새벽 이슬로 온 몸은 비를 맞은 듯 젖었고 되든않되든 일단 산불로 마구 자란 관목지대를 과감히 헤쳐 나가기로 했다. 그러기를 한 시간 반 정도 지나니 드디어 소나무가 있는 정상적인 산으로 접어 들었는데 참으로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시 복성이재까지 길을 재촉하는데 세 시간 이상 걸었다. 어느 덧 점심 때가 다가오고 물이 다 떨어졌다. 또 위기 상황이다. 물을 얻어야 되는데 오후 한 시로 접어들고 다시 산속에서 허기에 지친 자가 되었다. 오늘 목표치 중재까지 가고 산행을 끝내려는데 그것마저 여의치 않고 몸이 쉽게 지치고 홀로 산행이 두려운 차, 산등성이에서 길을 치고 있는 농부를 만났는데 구세주 같았다. 손수 배낭을 들어주며 많은 걱정을 해주었고 물을 찾는다 하니 여기서 산을 내려가서 절에서 물을 얻고 다시 평지로 걸으면 복성이재로 갈 수 있단다.

 

 

 

내려가기로 결심하고 하산했다. 한 참을 가도 물은 없고 더위에 지쳐 버렸다. 그런데 산밑자락 수로에 물이 보였다. 다른 곳은 다 말랐는데 이곳부터 물이 흐르다 또 땅으로 스며든다. 아주 작은 샘이다. 작은 도롱뇽이 두마리 보이고 밑에서 물이 솟았다. 씨에라 컵으로 물을 떠 마시니 아주 상쾌한 물이었다. 그 물로 머리도 적시고 세수도 하고 좋았다. 길을 따라 계속 내려온 곳은 오산마을이다. 3일간의 산행을 끝내는 순간이다. 울산으로 향하고 다시 내일 고향으로 갈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산행이나 둘레길 좋아하는 분들은 주말이나 여름휴가때 1박2일로 충분히 사전조사 하고 복장(등산화 등산복 우비 모자 등), 배낭, 식사류(간식과 과일, 물 등), 지도와 나침의, 구급약(소화제, 붕대), 방한의(침낭 등), 텐트와 야삽 등 준비하여 좋은데서 좋은 시간 보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