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이야기
감이야기
요새도 농촌 들녁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감이다. 왠지 예전에 다른 과일이 흔히 없던 시절 그러니까 30년도 더 지난 때에는 감이 다 익기도 전에 홍시를 따려고 마을 곳곳에서 아이들이 나무에 올라가고 난리였다. 어렸을 때 예닐곱 살 집에서 감농사를 정말 많이 했다. 지금은 감 한 개도 없지만, 아련한 마음속에는 수만 개의 감과 수천 꼬치, 수백 접의 곶감이 널려 있다. 집에서 그때 불렀던 감 종류가 대충 이러했다. 먼저 가장 품위있는 고동선이 제일 크고 주로 생감과 홍시로 그리고 침을 당궈서(떫은 맛을 없애서) 먹고 팔았다. 그리고 또배 넓적한 모양으로 흔히들 많이 보는 감으로 그냥 생감으로도 홍시로도 특히 곶감으로 제격이었다. 제일 많이 가꾸고 수확했다. 약간 작은 것으로 돌감 솔찍히 품격이 좀 떨어졌으나 그 단 맛은 아주 좋았고 주로 침을 담구거나 홍시로 먹고 팔았다. 그 외에 품종 개량으로 고동선 보다도 훨씬 더 큰 감이 한 그루 있었다. 외할아버지께서는 왜감 이라 불렀는데 고동선의 한배 반은 되었으나 홍시 외에는 별로 였다. 또 감은 아니지만 아주 작고 당도는 뛰어난 고욤(고얌)이 몇 그루 산비탈에 있었다. 감 따는 것은 예사일이 아니었다. 높디 높은 나무 백여 그루 이상을 따야 했다.
나무마다 대나무 장대를 가지고 가서 망태기에 줄을 매어 굵은 가지에 걸고 하루종일 감과 씨름한다. 특히 감은 다년생 순에 열리기에 최대한 가까이 아지를 꺾어야 된다. 그러므로 한해 풍년이면 다음 해는 평년작에 겨우 미친다. 그리고 홍시를 딸 때는 장대 밑에 작은 주머니를 달아서 아주 조심스럽게 꺾는다. 이렇게 따면 그 다음에는 감을 깎는 것이 또한 일이었다. 지금은 기계를 이용하지만, 예전에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밤 늦게까지 얘기를 하며 감을 깎았다. 소근소근 잠결에 아주머니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듯 하다. 깎돼 아지를 조금 남겨두면 바로 새끼줄에 꽂아 말리고 하얀 분을 내면 최고품 준시가 된다. 그냥 아지없이 깎으면 싸리 가지로 감 가운데를 통과시켜 말그대로 구멍이 난 곶감이 된다. 감적에 한 꼬치당 열두어개 씩 매달아 말린다. 한 달이상 말리면 감을 접어서 다시 뒷손질에 들어간다. 참 감을 깎을 때 맨 윗부분을 배꼽이라하고 말려서 먹으면 무척 달콤하다. 그리고 감껍질은 버리지 않고 다시 곶감을 분을 낼 때 사용도 되고 겨우내내 간식으로 먹었다. 먹는 과일도 과자도 풍부한 시절이 아니었기에 맛은 없어도 곶감과 홍시랑 같이 먹었다. 곶감의 뒷손질이 맑고 하얀 분을 내서 그 품질을 결정했다. 뒷산에 싸리나무와 칡넝쿨을 이용했다. 꼬치를 앞으로 다섯 그리고 뒤로 다섯 하면 열 꼬치가 한 접이 되고 칡넝쿨로 묶어 마무리를 하면 다시 서늘한 곳에 보관하였다. 요새는 이렇게 곶감을 만들지 않고 대부분 준시로 즉 낱개로 만들어 세트로 포장하니 더 청결하고 먹기 좋다. 또 하나 백미가 있다면 단감이 없는 추운 동네라 가을에 감을 따면 침을 당궜다. 단지에 물을 붓고 소금을 넣어(?) 따뜻한 아랫목에서 감을 익힌다. 한 보름이 지나면 정말로 떫은 맛이 하나도 없고 잘익고 달콤하여 아주 맛있게 먹고 시장에다 내다 팔았다. 외할머니께서 이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마무리까지 관리하셨다. 산촌에서 이십 리 길을 마다하고 걸어 다니시며 팔았다.
지금도 이일을 회상하니 파노라마식으로 장면이 떠올라 정말 아련하다. 또 하나 잘익은 감을 큰 망태기에 넣고 밑에 솔잎을 깔고 천정 높은 곳에 달아두어 홍시를 만들어 추운 겨울에 내다 먹으면 아주 시원하고 맛있었다. 요새 도시생활에 지치고 염증을 느끼면 나이가 들고 정년이 되어 귀농을 꿈꾸는 데 마음과 공부를 많이 하여 잘 적응되기를 바랄 뿐이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달려들면, 말그대로 고생이 따따블이다.
할아버지는 감을 따시고 아재는 함지박에 담고 나는 홍시를 기다렸다. 먹고 기다리다가 지치면 동무들과 알밤을 주우러 갔다. 여자 애들은 봄에 하얀 감꽃이 피면 실에 꿰어 반지 목걸이를 만들곤 했다. 지금도 농촌에서 그러고 있으려나~~~
감을 말리는 광경 이 것은 준시가 되지요. 예전에는 얇은 새끼줄로 했는데... .
생각만 해도 아주 달큼합니다. 예전에는 맑고 하얗게 분을 냈는데, 지금이 더 낫네요.
아파트촌 옆으로 논에 벼가 누렇게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