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연
인 연
아주 오래 前 첫 사랑의 연인이 다시 만난다면 어떨까?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40여년 前 한국 한 대학생이 학기를 마칠 무렵 일본 도쿄 근처 항구도시를 여행하다가 같이 온 친구들과 카페에서
아가씨들과 미팅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편지왕래 방문 등 우정과 사랑을 싹틔우다 결혼을 약속했으나
부모의 완강한 반대에 결국 헤어지고 따로따로 모른 채 40여 년이 지나 나카사키 한 카페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둘은 말은 안통했지만, 서로 손을 꼭 잡은 채 묵언의 시간을 가지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왠지 피천득 선생의 [인 연] 이란 수필이 뇌리를 스치며 가슴을 찡하게 울렸다.
조선의 열일곱 살 어린 학생이 일본에 유학가서 머무르는 하숙집에 아주 어린 여자 아이의 이름이 아사코였다.
황폐한 조선 그리고 외로움 속에 처음 접해보는 좋은 환경과 따뜻한 가족은 그리움을 넘어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순수한 마음으로 아침이슬과 같은 아사코의 눈망울은 그 모든 것을 순화시켰다. 그리고 다시 고국에 돌아와 10년이
흐른 뒤 방문할 기회에 그 하숙집을 찾았다. 아사코는 풋풋하고 청순한 스무여 살 대학생이 되었다. 사랑을 약속하고
인연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였지만 암울한 현실과 마음 사이 갈등했다. 결국 서로 말못할 미련을 뒤로 한채
다시 또 기약없이 헤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또 10년이 더 지나 다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세번째 만난 아사코는
원숙하고 아름다움의 절정을 염원했던 그 얼굴이 아닌 미국계 일본인 2세와 결혼하여 살아가는 평범한 여자에
불과했다. 아름답고 활짝핀 장미가 아닌 시들어가는 백합과도 같았다. 차라리 세번째는 만나지 말아야 하였거늘...... .
그리고 또 황순원의 [소나기] 그리고 알퐁스 도데의 [별]이 마음을 스쳐 지나갔다. 이루지 못한 사랑, 아니 청순하고
순수한 사랑은 이렇게 그 순간을 행복으로 생각하고 만족해야 되는가? 차라리 그 자체로 가슴에 묻고 영원히 간직하면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가슴을 뛰게 하는 사랑인가 보다. 그리고 이 40여년 만에 다시 만난 이 첫 사랑의 연인은 그 것을
끝으로 가슴에 묻고 또 살아야 된다. 그것이 바로 순수한 감동이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