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 연습
이데올로기 연습
"이 반동 간나새끼!!" "좌빨 빨갱이를 몰아내자!!"
지구상 유일의 이데올로기 분단국가. 60년을 넘게 이데올로기(Ideology)의 볼모가 되었다. 이제는 이 지긋지긋한 거
훨훨 벗어던질 때도 되지 않았는가? 이데올로기(이념)는 그 개인이나 사회의 사상이나 행동 따위를 이끄는 관념으로
생각이나 가치관 체계를 말한다. 이런 면에서 일종의 정신적 문화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60 년전 민족끼리
그 투쟁과 전쟁으로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아직까지도 아물지 않은 상처와 아픔으로 남아 있다.
공산사회주의와 민주 자본주의간의 대결은 이미 끝났다. 소연방의 해체, 베를린 장벽 붕괴는 공산주의 이념은 한물
간 더 이상 현재를 이끌 수 없는 구습에 불과한 것이 되었다. 그렇다고 민주 자본주의가 행복한 미래의 보증수표도
아니다. 문화라 그랬고 잘 가꾸고 발전시키지 못하면 또 폐기되고 더 좋은 이데올로기로 대체될 수밖에 없는 것이
역사이다.
베트남의 민족영웅 '호치민은 죽기 전에 유서를 네댓 번 고쳐 썼다. 그러나 처음부터 불변이었던 두 가지. 하나는,
자신의 시체를 꼭 화장시켜서 재를 전국의 중요한 장소 몇 군데에 뿌리되, 그 뿌린 장소를 사람들이 모르게 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호치민의 지극한 조국 사랑을 나타내는 것인 동시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자신에 대한 정치적
영웅화를 경계한 것이었다. 또 하나는 해방을 맞게 되면 그동안 수많은 고난을 치러낸 인민들을 위하여 인민 생활을
향상시키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호치민 주석을 충실히 뒤따른다고 공언한 당간부들은 첫번째
유언을 거역했듯이 두번째 유언도 거역하고 말았다.' 조정래 장편소설 인간연습 118쪽을 인용했다. 호치민의 시체를
방부처리하여 자신들의 지배력을 안정시키고 확장시키는 정치선전물이 되었고 또 인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한 노력도
외면해버렸던 것이다.
영국 산업혁명 초기자본주의, 자본가들에 의해 노동을 착취받고 가난에 허덕였던 노동자, 이 비참한 인간의 삶을
보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꿈꾸었던 칼 막스도, 러시아의 레닌도 뛰어난 시대의 선봉자였지만 장엄한 인류역사의 흐름
앞에 그 힘과 예지를 잃고 말았다. 엥겔스가 주창한 정반합의 논리에 도리어 당하고 말았다. 하나의 명제가 다른 명제와
충돌하고 마침내 새로운 통합의 하나로 발전해간다는 이론. 초기자본주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봉기한 그 열정은 사실
인류의 역사와 인간에 대한 연구에 취약했다. 오히려 자본주의는 천년의 역사를 가진 민주주의와 잘 결부되어 그 단점을
수정하여 특히 사회복지를 수용하여 더 강력한 무기와 방패를 가지게 되었다.
바로 자연의 순리인 경쟁, 지속적인 개선과 발전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공산주의는 인간이
평등하고 행복을 누려야 된다는 데는 의견이 같았지만 그 인간의 본능 또는 욕심, 즉 권력을 제어할 장치가 미약했다.
독재 1인만 훌륭했지 그것을 뒷받침할 경쟁력있는 그 어떤 포용적이고 발전적인 장치가 없었다. 결국 1인 1당독재의
틀속에서 폐쇄적이고 발전이 정체되고 결국에는 부패하는.... 그것을 정제할 능력도 잃고 쇠퇴의 길을 걸었다.
사실 권력을 가진 자는 그 스스로를 자정하고 감독하고 통제할 능력이 결국에는 없다. 그러므로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와 그 제도가 탁월한 것이다. 즉 국민이 주인이 되는 통제장치 속에서 함께하는 것이 최선의 길로 보여진다.
그런데 역사란 그리고 인간이란 항상 그렇게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이 민주 자본주의도 그 운을
다할 때가 온다. 보다 더 인간을 잘 살게하고 통제 속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더 훌륭한 이데올로기가 도래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