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

가난한 부부의 희한한 이야기(1)

얄리영 2011. 4. 15. 08:15

 

 사실 30년도 더 된 얘기다. 황지 도계하면, 지금은 탄광업을 접은 후, 인구는 줄고,

변 정선 카지노 때문에 그래도 좀 사람왕래가 있지만, 80년대 초까지 탄광촌으로

유동인구가 십만을 거뜬히 넘었다. 높은 산언덕마다 허름한 살림집이 있었다고 보면된다.

전국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탄광에서 일하고자, 그리고 장사를 위해 모여 들었다.

아주 단칸 5평남짓 살림집이다. 그렇지만, 꿈과 희망을 가지면 지금의 30평보다 웃음이 많고 활력이 있다.

 

이 가난한 부부도 마찬가지다. 홀로 자수성가한 남편과 역시 가난한 아내는 첫 애도 태어나고 해서

집을 얻어 살기로 했다. 그런데, 가진 돈이 없어서, 결국 삼한정이라는 마을 외딴 곳에 빈 집을 수리해서

살기로 했다. 오래되고 아무도 살지않고 해서, 그냥 청소 도배만 해서 들어갔다.

탄광에서는 한 십리, 가깝지는 않았지만, 그리 먼거리도 아니었다.

 

아내는 첫 애가 태어난 지 겨우 첫 돌 정도 되었기에, 분유에다 광목기저귀 빨래까지…..

분유값이 비싸 분유를 매번 대는 것은 힘들어, 미숫가루에 찹쌀을 갈고 분유를 섞어 먹였다.

애가 울 때마다 분유를 타먹여야 했기에, 부엌 아궁이에 장작을 때어 밥을 하고, 구들도 덥히고

다시 큰 솥에 뜨거운 물을 늘 끓여 놓았다.

밤에 불을 밝히기는 것은 석유 호롱불과 남포불이 다였다.

부부는 외딴 곳에 좀 무서웠지만, 당분간만이라도 참고 지내기로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해질녘, 아내는 입이 떡 벌어질 일을 겪었다.

 

방 안에 앉아 문을 열어놓고, 뜨개질을 하면서 마당을 바라보는데, 왠 흰 소복을 입은 여자가

마당에 늘어놓은 애 기저귀를 막 걷는 것이 아닌가?

너무 놀란 나머지 ~~ ~~ “

순간, 말은 않나오고, 몸은 움직이지 않는 마비 상태가 계속 되었다.

이윽고 소복 입은 여자는 기저귀를 걷은 다음, 집 오른쪽 산등강으로 난 길로

사라지는 것 아닌가?

긴가민가, 정신을 차리는 중, 잠시 좀 어둑해지자, 남편이 돌아왔다.

여보, 좀 전에 왠 소복을 입은 여자가 애 기저귀를 막 걷는 것이었어요?

너무 무섭고 기가막혀 말도 않나오고…. .“

남편은 그래 지금 어딨어? “ 그러자, 아내는 집뒤로 올라갔어요. ”

남편이 다그치며 참 너도! 헛 것을 봐도 참! 봐 그냥 다 있잖아? “

그러자, 아내는 할 말이 없었다. “ ……………. “

다시 남편이 좀 외딸고 처음이래서 그런거야? 너무 걱정하지마.” 라고 말하며,

아내를 잘 다독여 줬다.

 

이튿날, 남편은 아침을 먹고, 탄광으로 걸어가면서 언뜻 어젯밤 아내가 얘기한 말이 떠올렸다.

웃음도 났지만, 순간 섬뜩한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는 탄광일로 다 잊어버렸다.  

남편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 날도, 일을 마치고 같이 일하는 김형과 친구 최씨와 함께

저녁후 소주를 먹고 좀 취하여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산촌 십리는 한 시간거리도 않되었다. 그런데, 집마당에 다다르니, 왠 흰 소복입은 여자가

부엌에서 나와 집 오른쪽 등강길로 돌아나가는 것 아닌가?

남편은 자기도 모르게 따라서 걷고 있었다. 이윽고 언덕을 올라 등강이 철길로 들어섰다.

계속 남편은 무엇에 홀린듯이 그 소복입은 여자를 따라갔다.

잠시, 소복입은 여자는 철길이 걷다가, 바로 앞 산모롱이로 휙 사라졌다.

여자가 눈 앞에서 사리지는 순간, 남자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아차! 내가 무엇에 홀렸구나!’ 생각하니, 등줄기로 식은 땀이 비오듯 흘렀다.

정신없이, 가던 길을 되돌려, 무엇에 쫓기듯 한달음에 집으로 돌아왔다.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고, 얼굴은 발그렇게 상기되었다.

 

방에 들어서자, 아내는 따뜻이 남자를 맞이했는데, 술냄새와 더불어 확 풍겨왔다.

어이구! 술을 얼마나 먹었으면, 그리고 이 땀 좀 봐! “

아내는 시원한 냉수를 갖다 주면서 말했다. 남자는 한 사발 가득을 쉬지도 않고 마시고

더 달라는 것이었다.

아랫목에는 첫 애가 곤히 자고 있었다. 남자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아내에게 말할 정신도 또 그럴 겨를도 없이 그저 쉬고 싶었다.

그 날 밤, 남자는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다음 날 아침에 아내가 깨우는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회사로 향하는데, 아내는 당신 어제 자는데, 무슨 헛소리가 그렇게 많아요? 중얼중얼

놀라기도 하고….. “ 또 말을 이었다.

요새 해질녘 되면, 부엌이 왜 그렇게 달그락 거리는지 모르겠어요. 옛 어른들 말대로

도깨비가 해질녁에 밥달라고 든다는데 말이에요.”

남자는 그 말을 듣고 아무런 대꾸없이 그냥 무표정하게 집을 나섰다.

남자는 체구가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고, 오히려 침착하고 호기심이 많은 편이었다.

아마 덩치만 크고 겁이 많았으면 어제 저녁에 큰 일이 나도 단단히 났을 것이다.

 

저녁때 남자는 하루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어제 저녁일로 무서움도 들었지만,

집에 있는 아내와 애를 생각하면 그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멀리 바라본 집은 참 평온해 보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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