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서포 김만중)
구운몽(서포 김만중) 요약
중국 당나라 때, 천축에서 육관대사(六觀大師)라고 하는 큰스님이 중국 남쪽에 있는 남악 형산 연화봉에 와서
연화도량이라는 법당을 세우고 제자들에게 불도를 강론하는 것에서부터 구운몽은 시작됩니다. 육관대사는
여러 제자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제자가 바로 성진(性眞)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진은 대사의 심부름으로 용궁에 가게 됩니다. 성진은 용왕이 베풀어 준 연회에서 불가에서
금기시하는 술 몇 잔을 받아 마시고는 돌아오게 됩니다. 한편 이때, 남악 형산을 지키던 위부인의 팔 선녀들이
보배를 들고 육관대사에게 문안차 왔다가 궁전으로 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연화봉의 빼어난 경치가 보고 싶어
그곳에 잠시 머물러 있던 팔 선녀와, 마침 법당으로 돌아가던 성진이 길 가운데서 만나게 되는데 성진은
이들 팔 선녀들과 함께 희롱하다가 법당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러나 성진은 법당으로 와서도 팔 선녀를 그리워하며 속세의 부귀영화를 꿈꾸게 됩니다. 이 역시 불가에서는
금기시하는 일이였기 때문에 이를 알아차린 육관대사는 끝내 성진을 지옥으로 보내고, 그곳에서 성진은
염라대왕의 명에 따라 '양소유' 라는 이름으로 인간 세상에 환생하게 됩니다. 팔 선녀 역시 성진과 같은 죄로
지옥에 떨어졌다가 각각 다른 신분으로 인간 세상에 환생합니다.
중국 초 땅 회남도 수주현에 사는 양처사라는 사람의 아들로 환생한 성진은 인간으로 환생한 팔 선녀들과
차례차례 인연을 맺게되고, 성진이 그리워하던 온갖 부귀영화와 공명을 누리며 이처육첩과 화려한 인생을
살다가 결국엔 인생무상을 느끼고는 불가에 귀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성진의 後身, 양소유(楊少遊)는 15세에 과거를 보러 가던 중 인간으로 환생한 팔 선녀 가운데 한 명인 '진채봉'과
만나 혼인을 약속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차례로 소유와 연분을 맺게 되는 여인들이 바로 인간 세상에 환생한
여덟 선녀들이었습니다. 난리통에 소유와 헤어지게된 채봉은 아버지가 죽은 뒤 관원에게 잡혀 서울(황성)로
끌려가고 다시 과거차 서울로 올라오던 소유는 낙양 땅 천진교의 한 누각에서 기생 '계섬월'을 만나 연분을
맺습니다.
서울에 당도한 소유는 어머니의 친척인 두련사의 주선으로 거문고를 타는 여자로 가장하여 정사도의 딸
'정경패'를 만나게 되고,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하자 곧 정사도의 사위가 됩니다. 그러나 여자로 가장한 소유에게
속은 것이 분했던 정사도의 딸 경패는 자신의 시비(侍婢)인 '가춘운' 으로 하여금 선녀로 분장하여 소유를
유혹하게 합니다.
이때 하북에 있는 세 나라의 왕이 중국의 속국임을 거역하고 역모를 꾸미자 소유가 나서 뛰어난 지략으로 이들을
훈계하여 항복을 받아내고, 돌아오는 길에 남자로 변장한 '적경홍' 을 만나게 됩니다. 한편 소유는, 정벌의 은공으로
예부상서라는 벼슬에 오르면서 그 이름을 천하에 떨치게 됩니다. 평소 소유의 풍채와 재주를 높이 산 천자(황제)는
그를 자신의 누이인 난양 공주 '이소화' 의 남편감으로 점찍어 두고 이를 황태후에게 알립니다. 결국 소유는
부마로 간택되지만 자신은 이미 정경패에게 납채를 했다는 이유로 부마되기를 거절하자, 옥에 갇히고 맙니다.
또 중국 변방의 토번족이 천자가 있는 황성 근처까지 쳐들어오자 조정 대신들은 이들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소유의 지략이 필요하다며 상소를 올리게 되고, 소유는 옥에서 풀려나 수만 대군을 이끌고 토번족을 정벌하게
됩니다. 이 공을 높이 산 천자는 소유를 대원수로 봉하고 곧 서울로 회군할 것을 명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뿌리를
뽑지 않으면 또다시 이런한 전쟁이 되풀이될 것을 염려한 소유는 아예 토번까지 쳐들어가 적들을 소탕하게 됩니다.
이때 군 진영에서 여자 검객인 '심요연'을 만나 다시 연분을 맺고, 군 진영에서 잠이 든 소유는 꿈을 꾸게되는데,
그 꿈속에서 동정 용왕의 막내딸 '백능파' 와 또다시 연분을 맺습니다.
이렇게 소유가 전쟁에 참전하고 있을 때, 먼저 납채를 받은 정경패와 조정의 권력으로 소유를 부마 삼으려는
황태후 사이에 신경전이 오가던 중 난양 공주가 이소저로 변장하여 정경패의 됨됨이를 알게 됩니다. 하지만
황태후는 소유를 포기하지 못하고 끝내 사위를 삼고 싶어합니다. 그렇다고 먼저 납채를 받은 명문 대가의 규수에게
첩이 되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어서 황태후는 한 가지 묘책을 생각해냅니다. 즉 경패를 자신의 양녀로 삼아
영양 공주로 봉합니다. 그리하여 양녀와 친딸을 동시에 소유에게 시집보내고, 이어 나머지 여섯 여인들은 소유의
첩이 됩니다.
즉 제1부인 영양 공주와 제2부인 난양 공주, 진채봉과 가춘운, 계섬월과 적경홍, 심요연과 백능파 이 여덟 여인들은
한 낭군을 섬기면서도 서로 투기하지 않으며 사이좋게 지내게 됩니다. 소유는 어머니를 모시고 이처육첩을 거느리며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온갖 부귀영화와 공명을 누리며 살아갑니다. 어느덧 세월이 물처럼 흘러 승상에서 태사의 벼슬에
오른 소유는 말년에 벼슬을 사양하고 물러나 거처를 취미궁으로 옮김니다. 여기서 소유는 여덟 부인과 함께 여생을
즐기다가 문득 인생의 허무함을 깨닫게 되고, 이때 한 노승이 이들이 머물러 있는 누각을 지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육관대사였습니다.
소유가 대사에게 불도에 귀의할 뜻을 밝히자 그 대사는 쾌히 승낙하고 들고 온 지팡이로 난간을 두드립니다. 그러자
모든 것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머리는 까까머리에 목에는 백팔염주를 두른 자신이 조그마한 암자 한가운데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에 당황한 소유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동안 자신이 누렸던 온갖 부귀영화가 하룻밤
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은 분명 연화 도량에서 수행하던 불자 성진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냅니다. 이윽고
성진은 황급히 대사 앞으로 뛰어가 엎드리게 되고, 이어 팔 선녀도 함께 들어와 제자되기를 청합니다.
육관대사는 이들을 받아들이고 대경법을 베풀어 성진과 팔 선녀를 가르치니 이들이 모두 인간 세상의 모든 변화가
다 꿈 밖의 꿈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죽지도 않고 생기지도 않는 정과(正果)를 얻어 불법으로 나아가니, 마침내
아미타불이 살고 있는 극락 세계에 이르게 되었다.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 1637 ~ 1692)은 인조15년에 병자호란의 굴욕을 견디지 못하여 강화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익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조선 중기 남인과 서인, 노론과 소론의 치열한 당쟁의 와중에서
늘 정의감에 앞장서서 왕에게 상소를 올리고 또 몇 차례 유배생활 중 서포의 인간관과 사상, 문학관과 학문관을
결집시켜 서포만필을 완성했습니다. 관직은 공조판서, 대사헌(사헌부 수장, 지금 검찰총장), 대제학(홍문관과 예문관
수장, 국가이념 및 행정과 교육을 관장하는 기관으로 현재는 해당 없음)까지 오르고 통속소설로 구운몽, 사씨남정기가
있습니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문인 중 걸출한 한 명이고, 유불선이 한뿌리에서 나왔듯이 유교, 불가, 도가를 넘나드는 그의
해박한 지식과 사상을 알 수 있습니다. 무릇 소설이란 다 그러하듯이 서포의 인생관, 내세관, 풍류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글이 됩니다. 김익겸의 유복자로 태어났듯이, 소설 속에서도 성진이 양처사의 아들, 소유로 환생하고 양처사도
역시 소유가 10세 되던 해 다시 속세를 떠나 신선이 되었지요. 속세에서 공맹을 배우고 본받아 세상을 밝고 맑게 하려는
의지와 정신이 느껴지며, 많은 부귀영화와 공명을 누리나, 이 모든 것이 한바탕의 꿈에 불과한 것이니 진정한 道와 삶이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화두로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 글은 중학생 조카의 책장에서 꺼내 다시 읽은 것으로 그 책 뒷부분의 요약집을 실은 것입니다. 10대 후반 부유하고
용모가 출중한 친구도 있었고, 군대시절 운동 잘하는 동기가 부러웠고, 사회 나와서 회식자리에서 노래와 춤을 잘추는
친구가 부러웠고, 미팅자리에서 말 잘하고 유머가 뛰어나 예쁜 여자를 차지하는 친구가 부러웠고 회의에서 제 잘났다고
구라떠는 사람이 한편으로 부러웠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 어느덧 그 시샘이 사라져가고, 이제는 마지막 전쟁
에 임하는 기사처럼 목숨바쳐 그져 맡은 바 소명을 다하려 할 뿐입니다.
서포 김만중 선생 재주의 십분의 일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朝聞道 夕死可矣 라...... . 아침에 좋은 글을 쓰고 저녁에
죽는다한 들 여한이 있겠습니까 마는...... . 너무 재밌고 아름답고 예쁘고 신선스러운 글, 그 요약을 올려봅니다.
천국, 무릉도원, 용궁, 이상향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휴일날 조기축구 후, 소파에서 쳐진 배를 반 쯤 내놓고
코를 드르렁드르렁 걸며 자고있는 사람이 神仙 성진이고, 얼굴과 목에는 주름살, 사지에는 기미와 주근깨, 그리고
흐르는 뱃살을 가지고 저녁마다 닥달하고 전화기에 한두 시간 매달리는 여인이 八 仙女 중 한 명이 아닐까요?
전혀 아니라고요? ㅎㅎㅎ 그럼 헐 수 없지요. 한 순간이라도 그렇게 느낄 수 있다면........... .
그게 신선이고 선녀가 아닐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