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회상
어릴적 가을을 떠올립니다.
섬뜰이 있고 마당엔 화초가 있고 닭들도 있습니다.
산자락에 소나무들이 검푸르고 비취옥 하늘이 보입니다.
마당끝에 서면 서쪽으로 확틔인 짙누런 들이 보입니다.
할아버지께서 나무에 오르셔 감을 장대로 따시고
아재는 나무밑에서 함지박에 다듬어 담고
나는 새빨간 홍시를 먹고 또 기다립니다.
기다리다 지치면 동무들과 알밤을 주우러 갑니다.
은날뿌리 버드나무 사이사이에 거꾸로 매달린 벼포기들.
옆집 마당엔 아주머니가 콩을 도리깨로 떨고 있습니다.
처마밑에는 잘 깎인 감들이 꼬치꼬치 매달려 있습니다.
저녁녁 굴뚝에 하얀 연기 피어오르면 , 그 순간 마당 한 곁에
뻘겋고 누런 모과잎이 한잎두잎 떨어집니다.
어른의 땀 만큼이나, 가을도 깊어만 갑니다.
나뭇가지 앙상하고 찬서리 내릴때 따뜻한 화로에 둘러앉아
얘기도 나누고 정지간 높은 천정에 매어놓은 감도 익어갑니다.
감았던 눈 다시뜨니 안데르센 동화집 한폭의 그림처럼
내마음을 적시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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