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
요새 출근시간에 라디오를 통해 시인 천상병의 [귀천]이 나온다. 물론 고교 때도, 대학에서도
들었을 시인이고 제목이지만, 더 유명한 시에 귀를 기울이다가 혹은 살다 보니 다 잊어먹고 있다가
다시 오늘 이 시를 들으니 마음이 움직였다. 너무 감동적이었다!! 이 힘들게 살아온 세월이지만 성실히
깨끗이 살아왔다면 그 자체가 위대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 아니겠는가?
이 시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현재의 내마음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솔찍히 내일이라도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하면 돌아갈 것도 같다. 하루 만에 이 세상을 정리하고 갈 수 있겠는가마는 그렇게 해도
이미 이 세상이 많이 아름다웠노라고 말할 수 있겠다.
돈도 많이 벌지 못했고, 잘 살지도 못하고 어떤 때는 한해한해를 넘기기 힘들다는 생각도 든다. 관직은커녕
명예의 명 자도 들어보지 못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사람들이 얘기하는 아니 서민이, 약자가 말하는
삶에 어쩌면 더 가깝다. 당장 올해도 힘들고 내년도 힘들고 10년 후는 더욱 까마득하다. 그렇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그냥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으라고 선현들이 가르쳐 왔다. 그대로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비록 몸과 마음은 힘들지라도!!!
이 시를 마음으로 이해 하면, 아주 쉽게 감동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마음이 낮거나 바닥이면 그 만큼 이해도 어렵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너무 평범하고 단순한 논리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죽음은 무엇인가?
모든 게 끝나는 것이다. 흙에서 와서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자연의 섭리에의해 수동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여기서 귀천이란 죽음도 승화한 달관적이고 능동적인 마음, 완숙한 인간을 말하지 않겠는가?
그런 마음으로 이렇게 해 보자!! 너무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시인처럼!!
“나는 내일 귀천한다. 오늘을 잘 정리하고 나니, 이 세상은 그래도 참 아름다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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