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3일 동천-천곡 탐조(순금산을 지나 천곡 분통골)
오후 2시를 넘기고 최근 관심이 많던 맹금류 중 황조롱이와 동천 순금산 일대의 새들을 관찰할 목적이었지만
늘 그렇듯 동천둑은 설연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산보를 즐기고 있었다. 가족단위로 서너 명씩 또는 부부
그리고 두 명이 오고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혼자 온 사람도 많다. 상안초교에서 농롯길로 접어들어 천곡교에
이르는 길에도 가족 단위로 서너 명 또는 두 명씩 걷고 있었다.
먼저 상안초교사거리 전봇대와 전깃줄에는 겨울철새 갈까마귀떼가 진을 치고 있었다. 까마귀는 큰 새에 속하고
떼로 있으면 황조롱이는 물론 웬만한 매들은 쉽게 사냥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천곡천을
지나면서 동천고가 잘 보이는 농롯길 가운데를 가로질러 가는데 천곡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도랑을 끼고 동천으로 향했다. 천곡교 아래에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많던 큰오리(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개체수가 훨씬 줄어서 십여 마리 밖에는 보이지 않았고 왜가리도 없었고 중대백로 대백로도 없었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이동을 했나? 천곡교에서 윗쪽으로 가면 천곡보가 있는데 한창 추울 때, 보이던 많은 오리떼도 없고 드물게 적은 수만 보였다. 둔치에는 올봄을 대비한 유채꽃파종지라는 플랑카드가 보이고 더 올라가니 작은 보 아래 대백로가 한 마리 보였다. 그 옆에는 큰오리가 보였는데 둔덕이나 마른 수풀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한창 추울 때 12월 1월에는 보 바로 위 모래톱에는 제법 많은 큰오리가 보이는데 역시 그 수가 적었다.
신답교 아래에서 비행장까지 12월 1월 한참 추울 때에는 작은오리도 물새도 중대백로 해오라기도 많이 보였는데 특히 중대백로 이십 여두가 섞여있을 때는 장관이었는데 오늘은 어떠한지 궁금했다? 계속 올라가 제전보까지 간격을 두고 대백로가 두 마리 있었다. 제전보를 지나 창의놀이터에는 어린아이(유치원생) 둘이 색칠을 한 타이어를 굴리며 놀고 있었다. 이윽고 속심이보에까지 역시 큰오리는 보이지 않았다. 속심이보를 돌아서 속심이마을을 지나며 산언덕으로 난 나무난간을 지났다. 그리고 대백로 한 마리가 물고기를 잡는 광경을 지켜보다가 제전마을로 들어와 비닐하우스와 논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었는데 산불감시 깃발을 단 흰색승용차 외에는 별 다른 것이 없다. 드디어 강둑에서 보면 왼편의 농롯길을 따라 걸었다. 이 길은 승용차가 다닐 수 있다. 내려가다보면 강둑에서 본 소축사가 보인다. 몇 마리가 있는지? 큰 축사가 네 동이 있는데 한 동에 오십 마리면 이백, 백 마리면 사백 두 정도이겠는데 잘 모르겠다. 축사 가운데 묶거나 풀어 놓고 기르는 개들이 짖어 댄다. 삽살개 한 마리가 사납게 짖으며 나에게 다가오면서 멈춰 서서 계속 짖는다.
잠시 바라보다가 수로를 보면서 아래로 내려간다. 하늘과 산을 바라보니 중간 크기의 새들이 빠르고 날렵하게 날아 산중턱 나무꼭대기 방향으로 날아간다. 처음에는 혹시 황조롱이가 아닌가 기대도 했지만 이내 산비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날렵하게 날고 뒷날개를 접어서 앉는다. 그래서 평소와는 다르게 가운데 농로를 가로지르다 전에 했던 것처럼 작은 언덕산을 올라 분통골마을을 둘러보고 갈 것이다. 아래 가로지르는 둑이 만나는 지점에 순금산 일대에서 내린 도랑과 농로 옆 수로를 흐르는 물이 만나 넓어진다. 여름에는 여기에 제법 큰 버들치들이 돌아다녔는데 지금은 더 작은 무리만 적은 수로 움직인다. 낮은 둑을 넘으면 천곡이다. 거기에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데 자물쇠로 채워져 아무도 없었다. 수풀이 없어서 평소가보지 않던 둑을 따라 산쪽으로 움직였다.
산으로 난 둑을 잠시 걸으며 버드나무 밑에 평상에서 쉬면서 들판을 바라보았다. 붉은머리오목눈이떼가 지저귀는 소리며, 밭에 추수가 끝난 마른 수풀 사이에서 많은 수가 재잘재잘거리는가 하면 바로 옆 둑 마른 수풀 사이로 아주 많은 오목눈이가 돌아다니며 재잘거렸다. 참 정겹고 이런 교향곡도 없을 것이다!!! 참새만 하고 더 작거나 새끼들은 참새의 절반 정도 돼 보였다. 하여간 벌새를 제외하고는 제일 작은 새가 아닐까? 그렇지만 그 귀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목 들어간 눈망울과 부리, 뒷태며 짙고옅은 갈색깃털이 너무 작고 앙증맞다! 한참을 보다가 산기슭으로 작은 시멘트 수로가 보여서 그리로 걸어서 분통골로 가려고 한다. 조금 발을 옮기자 앞산 기슭에서 부스럭 소리와 함께 바쁘게 도망치는 장끼 한 마리를 보았다. 겨울인지 밋밋했지만 머리위에 장식돌기며 긴 꼬리깃이 보이는 것을 봐서 숫놈이 분명했다.
조금 내려가니 산이 들어간 쪽 산골짜기에 작은 논이 나왔다. 멀찍이 새들이 논에서 부리를 쪼고 있었다. 훼방 하고 싶지 않아 조용히 걸었지만 이내 수십 마리가 날아올라 골짜기 나무에 앉는다. 산비둘기떼이다. 이렇게 많은 수는 처음이다! 동천을 걷다 보면 한두 쌍은 날아다니고 또 아파트 근처 나무꼭대기에도 앉아 ‘구구 구구’ 하고 노래한다. 한두 마리가 전부였는데 여기 은밀한 곳에서는 수십 마리를 봤으니 말이다!!! 뭐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탐조활동이 아닌가? 망원경도 도감도 없지만 혼자서 말이다!! 수로 양모서리를 걷는 것은 폭이 십 센티미터 남짓이라 쉽지 않지만 걷다가 마른 수풀이 가리면 밭이랑을 밟고 걸었다. 여기에 십오년을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가면서 마른 수풀이 우거져 산기슭 소나무가 드리운 곳은 밑에 새털이 보인다. 아무도 없는 산기슭 밭 한가운데 소나무는 잠시 쉬기에는 제격이다.
도깨비바늘이 옷에 붙어 난리다. 가만히 두면 옷을 파고들어 따갑다. 떼어내면서 걷고 이윽고 분통골로 넘어가는 산기슭에 물을 가둬두는 작은 못이다. 여름에는 여기서 황소개구리 소리가 나곤한다. 5~7미터 아주 작은 연못이다. 여기서 작은 언덕산을 오르면 천곡의 초입 분통골이다. 낡은집에다 골목을 걸으면 최근에 지은 집들도 있고, 더 가면 어린이집도 식당도 있고 앞으로 나오면 멋지게 새로 지은 전원주택도 있다. 오르다가 다시 살갗이 따가워서 멈춰 서서 도깨비바늘을 떼어냈는데, 제법 많고 작은 것들도 박혀서 힘들다. 또 순간 아랫쪽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도망가는 것을 보았다. 이곳 동천과 천곡 산줄기에는 고라니들이 많이 산다. 봄 여름 가을에 놀라서 도망치는 고라니를 가끔씩 본다. 참 행운이다!! 봉분옆에 비둘기털이 짙은회색꽁지깃부터 노릿밤색털 조금, 새하얀 속털까지 가지런히 뽑혀 있다. 무언가에 잡혀 먹힌 것이 틀림없다. 몸체는 없고 깃털만 있다. 예상 하면 황조롱이에 잡혀서 털이 뽑히고 살점이 뜯기다 배를 불리고 날아간 뒤에 다른 산짐승이나 쥐가 마지막 처리를 했을 수도 있고 또는 내려왔다가 야생고양이에게 잡혀 죽었을 수도 있다. 다시 생각하니 야생고양이한테 당했을 것 같다.
잠시 오르막 작은 산등강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있는데 새들이 서너 마리 날아 도망쳤다. 쳐다보니 산비둘기였다. 조금 나가니 등강에는 양 옆으로 밭을 일궈 채소며 과실을 심어 가꾸고 있었다. 첫번째 집을 지나며 옆을 보니 마치 작은 찜질방처럼 방을 꾸며 놓은 신식집도 보였고 오래된 집과 새로 지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마을을 지나면서 전봇대에 산비둘기 한두 쌍이 보였는데 아까 그 소나무에서 도망친 그 놈들이 분명했다. 산비둘기였다. 오늘의 탐조를 마치면서 아파트와 건물이 저 멀리 보이는 농로길을 따라 발을 옮기는데, 논가 옆 작은 나무에 한 무리의 참새들이 깃털을 부풀리고 앉아 있었고 그 위로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갔다.
찻길을 지나 왼편에 논을 지나면 작은 통로터널을 지나고 다시 천곡천을 만나고 집으로 온다. 아까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 왔다. 지금껏 찿던 새의 집이나 고라니의 집이 아닌 내가 사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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