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수렁과 칡줄(1972 ~ 77년) 육백만불의 사나이

 

 

 

큰길의 눈수렁

 

 

 대여섯 살쯤 일이 생각난다. 강원도 강릉 교동 원대재 농촌마을이었다. (지금은 솔올마을로 아파트와

건물이 들어서 도시가 됨) 동네 제일 큰형이 대여섯 살 많았고 그 다음 친구의 누나들이 있었고 동갑내기

친구도 동생도 있었다. 눈이 내려 녹고 있었던 겨울이었다. 동네 큰형이 사람이 많이 다니는 집 건너편

밭 가장자리를 가로지르는 길에 렁(눈쿠렁 사투리)을 만들어 지나가는 사람을 빠뜨리자고 했다.

그저 소가 지나가고 작은 수레가 지나갈 정도였어도 마을을 가로지르는 큰길이었다.

 

 

모두들 좋아했고 수렁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만드냐하면 간단했다. 눈이 녹는 진흙길이라 한 가운데

수렁을 파고 그 안에 눈을 녹여 슬러리를 만들고 그 위에 황토를 살짝 덮어 놓으면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딛어서 신발이 빠지고 낭패를 본다. 황토가 물에 너무 젖거나 땅보다 낮으면 표가 많이나 들키게 된다.

다들 만들고 들어갔는데, 큰형이 나를 미워해 너는 방에서 나가라는 바람에 방 밖을 맴돌다 웬 아주머니

한 분이 그 눈수렁에 빠져 고무신과 발을 버리고 난처해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잘못은 모두가 했고 나는

지켜보기만 했는데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그 광경을 몰래 볼려니 마음이 조렸다.

 

 

초교 3학년 겨울에는 아버지가 인제군 남면으로 전근을 가셔서 거기서 부평초교를 다녔다. 참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살기가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정이 있었다. 마을에 티비가 한집 밖에 없어서 주인집아저씨가

주말에는 마을의 아이들이며 어른이며 방안에서 같이 티비를 보게 하여 故 나시찬 장항선의 [전우]를 그리고

故 이낙훈의 [추적] 그리고 레슬링, 권투 등을 많이 봤던 기억이...  외화로는 아주 우람한 [헤라클레스]

(배우가 주인공을 돌아가면서 맡았음)(1976 ~ 77년) 다음 해 스티브 오스틴 대령의 [육백만불의 사나이]

육백만불의 사나이 극중인물이 스티브 오스틴이고 오스카 국장 그리고 박사가 주요 등장인물이었다.

친구 중에 그림을 잘 그리는 애한테 스티브 오스틴 캐릭터를 스케치북에 그리기도 했다.(1978년)

 

 

이런 장난을 쳐서 어른들을 괴롭혔다. 그곳은 나무를 벌목하는 곳이라 널판지 판잣집 황토초가집이 많았고

울타리는 없었고 있는 집은 흙돌담이었다. 또 나뭇가지울타리도 나무울타리도 있었다.(나무를 길이로 얇게

썰어서 땅에 세우는 형태) 마당에는 역시 겨울땔감으로 나뭇더미와 가짓더미가 많았다. 쌓아둔 더미 밑에는

빈 공간이 듬성듬성 그래서 밤에 길 한가운데에 칡줄을 쳐 놓고 물론 반대편은 밭목에 묶고 이쪽은 나뭇더미

빈공간에서 칡줄을 당겨 팽팽해 지면 지나가는 사람이 밤이라 줄에 걸려 넘어지면 맨위에서 물을 확 쏟아붙고

그리고 그 아이들만 뛰어내려 반대편으로 도망치는 것이었다. 망을 보던 애가 신호를 주면 발자국 소리를 듣고

칡줄을 댕기니 웬 아저씨가 어이구 하며 넘어지고 위에 있던 우리는 바가지에 물을 끼얹은 후, 장작더미에서

나무울타리를 뛰어넘어 반대편 길로 도망쳤다. 맨 밑에서 줄을 당기는 아이는 도망을 치려면 올라올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냥 거기서 조용히 버티고 대신 위에 있던 아이들만 재빠르게 도망친다. 이런 일은 재미로

같이 했지만 나는 주도적으로 장난을 하지는 않았다. ㅋㅋㅋ

 

잠깐 놀라셨겠지만 별일은 없으셨기를 지금에야 빕니다. ㅎㅎㅎ

 

 

또 아랫집에 똥 푸는 집이 있었는데, 동네아이들이 그집애한테 "똥 푸는 집 애 나와!!!"

(아마 똥장군을 지게로 그리고 어깨 양끝에 줄로 연결된 똥푸대로 집집마다 푸세식을)

이렇게 많이 놀렸다. 나는 전학을 가서 그냥 이유없이 따라 다니면서 지켜봤는데, 늘 무반응

아무런 반응이 없던 어느 날, 갑자기 누런 옷을 입은, 황소 같은 아저씨가 낫을 들고 뛰어나와

도망치다가 담벼락에 가로막혔는데, 다들 어쩔줄을 몰라했는데, 그 아저씨가 그냥 혼만 내고

돌아갔던 기억이 어렴풋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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