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억법

 

 

2015년 강릉 고향집 감따기

 

망태기 윗끈에 긴 줄을 묶어 나뭇가지에 걸침
감을 함지박과 대야 또는 자루에 담는다

 

 

가을 가을 가을이 왔다!

가을은 내마음에 있다. 내가슴에 고스란이 남아 있다.

 

어렸을 적 가을은 정말 좋았다. 농촌들녁은 온갖 먹을 것으로 풍성했고 인심도 훈훈했다.

외할아버지께서 감나무에 올라 긴 장대로 누우런 감을 따서 걸어놓은 망태기에 담고, 다 차면

나무에  묶어놓은 줄을 풀어 밑에 있던 아재는 함지박에, 스댕(스텐레스)그릇에도 담았다.

밑에서 한참 기다리면 외할아버지께서 아주 새빨간 홍시를 따서 장대로 직접 건네주곤했다.

 

그러다 친구 형들과 산과 들로 놀러 다니고 또 산비탈 밤골로 가면 정말 토실토실한 알밤이 많이

떨어져 있어 한참을 주우면 한 광주리는 더 나왔다. 산비탈 밑에 밭은 주로 참깨와 들깨를 심었고

콩도 심고 고구마도 있었다. 또 고욤이라고 작은 도토리 보다 좀 큰, 잘익은 고동색 열매를 먹으면

더욱 더 달콤했다.

 

고욤 어렸을 때 그냥 고얌이라 부름

세월은 그렇게 흘러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가을이 가을운동회로 다가왔다. 소풍은 봄에 가고 가을은

운동회를 했다. 만국기가 흩날리고 어린이행진곡에 템포가 빠르고 상쾌한 음악이 교내로 흘러나왔다.

긴장! 두근두근 거리는 백미터달리기경주 1등을 많이 했다. 기마전 매스게임 그리고 반공을 위시로

했기에 불순분자, 이상한 군인복장을 한 사람을 찾는 간첩잡기게임을 했다.

 

또 강원도 강릉에서 인제로 전학을 갔는데, 초교 고학년 때 설악산 오색 한계령 그리고 한계리

원통에 이르는 그 길은 이 세상 최고의 가을길이었다. 산봉우리 온갖형형의 만물상이 아주 새빨간

단풍으로 물들고 아주 샛노랗게, 맑고 밝은 천연색물감으로 물 들인... . 차를 타고 돌고도는 길마다

어른이고 아이이고 모두 즐거워하며 그 아름다움에  경탄하며 탄성을 질렀다! 그런 길은 그런 마음은

아마도 다시는 없을 것이다.

 

청년이 되어 가을은 그냥 가을이었다. 군 생활할 때, 넘은 가을 원통에서 백담사 그리고 미시령길은

옛날을 추억하며 넘었지만 아쉬운 만큼 아름다웠다. 소금강 청학산 등산은 진취적 기상을 심어주었다.

강릉 연곡삼산에서 오른 청학산은 좀 덥고 따뜻했지만 반대편 진고개로 내려오는 길은 정말 좋았다.

아마 그런 느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공기가 마치 높은 고원을 달리듯 아주 상긋하고 힘이 나고 계속

달리고 싶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세월은 또 흘러 가족과 자동차로 달린 울산 영남알프스 석남사에서 배내골을 넘는 길은 아름답고 마음이

참 평화로웠다. 배내골 산촌마을의 가을걷이 평온한 모습도 또 석남터널을 지나 양쪽에 병풍을 두른 듯,

산을 두고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달리면 얼음골부터 산내면까지 높게 탁 트인 느낌의 대로를 지나면서

사과 농장이 어우러져 정말 드라이브코스로 최상이다. 몇 년전 고향집 담장 안에 감을 따서 집에 가지고

와 깎고, 곶감을 만들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아마 온도가 높고 햇볕을 덜 쬐어서? 아니면 잘못해서?

 

그래도 역시 최고의 장소는 석남사 경내를 걸으며 고개를 들어 붉고 누렇게 물든 산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 드는 것이다. 거기에 오백원 짜리 믹스커피가 곁들여지면, 세상에 어떤 정취보다 멋지지 않을까?

어떤 사람보다 즐겁지 않을까? 올해도 가을이 완연할 때 석남사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가을을 향해 난

나무숲길을 걷고 고적한 경내의 공기를 마시면서 추억에 젖어들지 않을까...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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