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반데룽(1)

                                                 등반에서 길을 잃고 계속 갔던 길을 돌고 또 도는 일

 

 

 

 

 

 

     울산 정자항은 신선한 해산물로 유명했다. 이십년도 더 된 얘기일 것이다.

     두 아가씨가 차를 몰고 남목에서 주전고개 굽이굽이를 돌아 좁고 호적한 길을

     몰아 정자항에 도착했다. 둘이서 신선한 회를 맛있게 먹고 돌아오는 길.

 

 

 

     날은 저물어 어둠이 깔렸고 가랑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개울다리를 지나

     언덕으로 차를 모는데 운전하는 숙자 눈에는 산모롱이 굽이마루에

     웬 흰 소복을 입은 여자가 서 있는 것이 힐끗 보였다.

 

 

 

     순간 소름이 오싹하며 놀랐지만, 빗속에 잠시 허깨비를 봤다고 생각하며

     악세레다를 힘껏 밟았다. 언덕 산모롱이에 다다를 무렵, 갑자기 옆자리에

     친구 은영이가 말했다. " 어어  여기 어떤 여자가 서 있었는데???"

 

 

 

     그 소리를 듣자, 숙자는 소름이 쫘악 어깨죽지를 싸늘하게 감싸고

     온몸을 휘감으며 서서히 공포가 엄습해 왔다. 무슨 말을 해야 되는데

     머릿속은 온통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은영은 그 한마디 불쑥 던지고는

     후회스럽다는 표정으로 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숙자는 계속 차를 몰아 좁은 길가 허름한 민가를 지났으나, 그날따라

     불이 켜진 곳은 없었고 저 멀리 커브길 라이트 불빛에 비친 음산한

     폐가만 스쳤다. 이윽고 길고 긴 주전 고개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 길이 그렇게 뭔지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마치 산속에서

     길을 잃고 홀려서 한 곳을 계속 도는 것만 같았다. 반 시간이면 충분한

     길을 수 시간째 헤매이는 것만 같았다. 링반데룽

 

 

 

     온 몸에 식은 땀이 흐르며 드디어 옷을 적시고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친구 은영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주 조용히 숨소리도 

     없이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드디어 고개 언덕을 다 올라 남목 시내가 보일 쯤, 낯익은 노선 버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이제 살았구나!' 안도의 숨을 돌리는 순간

     옆에 있던 은영은 온데간데없었다. 

 

 

 

     안도의 순간 그러나 친구의 없어짐에 당황한 나머지 브레이크를 밟고

     세워야겠다고 하는 찰라, 그만 심신의 균형을 잃고 악세레다를 힘껏

     밟으며 핸들이 꺾이고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갔다.

 

    

 

     반대편 차선에 비춰진 검은 물체를 보고 핸들을 더욱 급하게 돌린다는

     것이 차는 포도를 벗어나 작은 나무를 부러뜨리며 절벽으로 돌진하게

     되었다. 정신차릴 순간이 아니었다.

 

 

 

     남은 것은 더 미끄러져 절벽으로 내리박히며 계속 자유낙하하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고 차는 계속 운전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앞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