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잌엨훅과 늦은 밤 동해안 7번국도에서 태운 그 여자

 

 

어떤 사람이, 와이프랑 연애할 때 퇴근시켜 주러 가고 있었는데 회사 거의 다와서 횡단보도에

서 있으니까 와이프가 차를 탐, 근데 그 횡단보도는 와이프 직장에서 몇 백 미터 거리에 있어서

이상하다 하고 돌아봤더니 모르는 여자가 타고 있음.. 근데 그 여자분도 아무 생각이 없었나 봄.

그 사람이 쳐다보면서 “저기… 잘못타셨는데요?” 이러니까 앗! 잌! 엨! 훅! 하면서 내림

 

 

이 얘기를 들으니까,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어.

20 여년전 울산에서 7번국도로 고향에 가는 중이었어. 아마 금요일 일을 마치고 밥 먹고

울산에서 출발해서 영덕 지나 울진에 접어 들 때쯤은 밤 10시는 될거야! 그리고 기억나는 게

가을이었지. 플라타너스가 앙상해져가며 떨어진 잎들이 휫날리고 써치라이트 불빛에 비친

낙엽들이 이리 날리고 저리 날리고 낭만도 있었지만 좀 허전했었지!

 

그때는 우회도로 없이 다 동네 마을을 지나고 다시 한적한 길을 지나고 좌우지간 그랬지.

그 시간 지나가는 차는 적었지만, 한 시속 60 ~ 70 킬로미터 정도로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도로 웬 여자가 훅 들어오는거야! 좀 울퉁불퉁한 가장자리로 사람이 걸어야되는데 밤이라

그냥 밝은색 치마를 입고 머리를 길게 하고, 홀로 여자가 길을 걸으며 차도로 확 들어오면서

차를 세우는 거야!

 

지금 같으면 당연히 그러는 사람도 없겠고 그냥 지나쳐야 되는 게 맞지! 사실 그때도 그럴려고

그랬을텐데..... 갑자기 그 여자가 차도로 급하게 들어오는 바람에 브레이크를 너무 세게 밟아

차가 거의 다 서버린거야! 그냥 살짝 브레이크를 밟았으면 어떠할까 망설이다가 다시 부웅하고

그냥 지나쳤을텐데....... .

 

결국 멈추니 대충 밝은 치마를 입고 홀로 걷고 있는 그 여자가 보였고 그 여자도 내쪽을 봤고

깜깜한 밤이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뒤에 타세요’ 라는 가벼운 손짓으로 뒷좌석에 태웠고

여자는 딱히 말이 없이 그냥 몸짓으로 고맙다 하고 또 당연히 7번국도 하나니까 좀 가다가

내려달라하겠지 하면서 악세레다를 밟았지.

 

이후 얘기는 그때 자세한 느낌이 가물가물하니 그냥 조금 상황에 맞춰서 생각하면...... .

카세트테이프로 90년대 후반 소찬휘 Tears 모음이나 2000년 초반 헌정 비틀즈 모음집을 듣고

있었을거야!! 그 음악마저 없었으면, 말도 없이 차 달리는 소리, 차체의 덜커덕, 부웅 엔진 소리...

도로와 타이어의 마찰 소리 쏵 ~ 쏵 ~  쏴아악 외에는 적막이 흘렀겠지!!!  그러면 자연히

온통 신경이 뒷좌석으로 갈 수도 있어 이상했겠지!!

 

비틀즈 ‘서전트 페퍼스 ~~~~~ 클럽 밴드라는 노래야. 물론 제목은 대충!! 이 노래 좋았지

더구나 이 으시시한 분위기와 딱 맞아 떨어졌지. 1020분이 더 길게 느껴지고 속으로

아니 이 여자 어디까지 가지’ ‘이 밤에 혼자서 뭐하다 내차를 탓지? 그냥 갈 걸 왜 태웠지!’

뭐 이런 생각도 들었고,

 

그런데 말은 못붙이겠고 붙이기도 어색하고 밤이라 무섭기도 하고, 어두워서 잘 안 보이고,

혹여 아무런 대답을 안 하면 그때는 무척 난감해지거든 귀신일 수도 있고, 대답 해도 문제고

나는 귀신이다 그러면 끝이고,

 

귀신은 거울로 보면 안 보인다는데 백미러를 못쳐다 봤어!! 혹 안 보이면 어쩌지!! ㅎㅎ

귀신이어서 안 보인건지, 아니면 어두워서 안 보인건지 아니면 좁은 시야로 안 보인건지 몰라!

또 계속 갔지. 사실 얼마나 몇 분을 더 갔는지 몰라, 이럴땐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흘러 거의 흐르지

않고!!, 30분은 더 간 거 같은데 얼마인지 몰라!! 

 

그리고는 갑자기 뒤에서 뭐라는 중얼거림과 유리 두드림에 나는 '어! 여기가 내릴 때구나' 하고

차를 세웠지! 여자는 내렸을거야, 지금 생각해도 그때 그 여자가 내린 게 맞는지 아니면 원래

안 탄건지!! 이제는 오랜 시간이 지나 기억도 많이 지워졌고 그냥 태워줬다는 느낌만 아니

태워줬을 수도 있다는 찰라의 필름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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