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 안


 

 


     남쪽하늘 밑 산등성이를 가로질러
     내려가 다다른 곳
     긴 세월 풍파를 맞으면서 버텨온,
     이제는 시간의 뒤안길로

     사라져 갈 평안을 보았다.

 


     그 평안을 자양분삼아 우리는

     나고나고 또 나고
     어설픈 봉양을 받들려했는데
     도리어 마지막 남은 평안마저
     내게 주신다.

 


     아 흘러가는 이 시간을 돌려

     그 어린 시절 따스한 사랑을
     또 느낄 수 있다면 ...... .
     이제는 오래 건강하십시요라는

     변명 밖에는 할 수 없다.
 


     돌아오는 길 산등성이에

     밤은 찾아오고
     도심에선 언제나 잊혀졌던
     새하얀 별들이 수를 놓으며
     서쪽하늘로 쏟아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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