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는 세 가지 밥상

 

 

 

시골 부엌

 

 

 

얼마 전 모 티비프로에서 최불암의 한국인의 밥상을 재조명하는 부분이 있었다. 10년간 전국의 세계적으로

사는 한국인의 밥상 모든 것을 먹어 보고 가 봤지만 최불암 선생님은 “어머니의 지혜로 만든 가난한 밥상이

가장 맛있어요”라고 했답니다. 갑자기 다시 생각나 기억나는 세 가지 밥상을 여기에 적는다.

 

첫번째는 1970년 중반 초등학교에 다닐 때 외할머니, 아저씨 그리고 나 이렇게 산 적도 있었다. 당시 강릉은

명태가 많이 잡혔다. 흔히 지방태 또는 생태라 불렀다. 강릉 앞바다에서 갖잡은 생태를 나랑 같이 용강동시장에

가서 사서 다음 날 아침에 생탯국을 끓여 주시곤했다. 갖잡은 신선한 생태에 무와 두부가 들어가고 집간장,

소금 그리고 양념이 들어가 끓인 후 고춧가루를 푼 따끈하고 맑은 생탯국은 지금에 생각하니 최고의 맛이었고

최고의 밥상이었다.

 

두번째는 1970년대 말 돼지고기두루치기였다. 강원도 인제읍 상동리에 살 때였는데, 시골은 졸업식날 흔히 찾는

음식이 그때까지도 자장면이 순위를 차지했다. 빠듯한 살림에 매일 먹는 끼니 속에 한 달에 한번 정도 아버지께서

돼지고기를 사오시면 전기후라이팬에 굵게 썰은 돼지고기와 먹는 김치와 몇몇 양념에 고기를 익히면 코끝에 흐르는

군침을 돌게 하는 맛있는 냄새와 그 맛이 정말로 일품이었다. 그날은 동생들과 함께 아주 배터지게 먹는 날이었다.

 

세번째 밥상은 2001년 8월2일 백두대간을 홀로 구간종주할 때, 지리산에서 조금 지난 여원재에서 2, 3킬로미터를

걸어 밭가에 허름한 시골가게에서 아주머니가 내어준 밥을 물에 말아 김치와 먹은 허기진 점심이었다. 오후 한 시경 

여원재에 도착했는데 숨이 막힐 정도로 뜨거운 바닥열기가 확확 찌는 콘크리트길 지친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그늘도 덥긴 마찬가지고 식사를 해야 되는데 귀찮았다. 일단 가게를 찿아 탄산음료를 사먹고 싶을 뿐이다. 아이들에게

물어 한 1 킬로미터를 걸어 허름한 구멍가게를 찿았다. 아주머니가 식사 후 설겆이를 하고 있었다. 음료수 네 캔을

단번에 마시니 찬 없다 하시며, 밥을 물에 말아 주셨다. 더위에 지친자에게는 찬밥에 물을 말아 김치가 최고였다.

허기도 채우고 정신이 들었다. 정말 고마웠다.

 

물론 산해진미 값비싼 갖가지 맛있는 음식이 정말 많다. 그런데 진정 나에게 가장 맛있는 것은 삶 속에서

가장 음식이 필요할 때 또는 어머니, 외할머니의 지혜로 만든 가난한 밥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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