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山寺), 가을에 젖어들다
쉬는 날을 틈타 동으로 보이는 호계 삼태봉으로 난 길을 올랐다.
능선에서 신흥사로 난 오솔길은 동쪽 바다로 내려가는 비탈길이다.
오랜만에 쉬는 날이라 여태껏 잊고지냈던 삼태봉의 가을에 취하였다.
누런 나뭇잎비를 맞으며 순간 시간이 멈춘 듯, 가을 속으로 들어가
정녕 물아일체(物我一體)였다.
가을에 취하고 산사에 취하고 마음에 취하고 구름 속의 파아란 하늘에
반하였다. 설악산, 오대산, 내장산이 아니라 삼태봉의 가을, 내마음의
가을에 반하는 것이다. 신흥사에 들러, 대웅전 산신각에서 바라본 하늘은
차디차고 깨끗하고 따뜻한 햇살의 영웅호걸이 보았던, 그 장엄한 호천(昊天),
호천의 가을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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