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씨에  밥배달  황이라씨단 하루도 크레인 떠나지 않아

[한겨레] "마흔일곱에도 해고자로 남아 있는 제가 20년 세월의 무력감과 죄스러움을 눙치기 위해 스물일곱의 신규 해고자에게 어느 날 물었습니다. 봄이 오면 뭐가 제일 하고 싶으세요? 볼때마다 꿈꾸게 되는 맑은 영혼이 천연덕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원피스 입고 삼랑진 딸기밭에 가고 싶어요."

김진숙 지도위원이 쓴 <소금꽃 나무>의 한 대목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딸기밭에 가고 싶어하는 '맑은 영혼'이 바로 황이라(31)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선전부장이다. 황씨는 트위터의 김여진, 거리의 희망버스와 함께 김 지도위원의 309일을 지킨 생명줄이었다. 김 지도위원이 농성하는 동안 모든 끼니가 황씨의 손을 거쳐 올라갔다. 대소변, 철을 달리하는 옷가지 등을 밧줄에 달아 올리고 내린 것도 황씨였다.

황씨는 김 지도위원이 올라간 그날부터 단 하루도 85호 크레인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크레인에서 가까운 노조사무실, 농성장 등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경비용역들이 들이닥쳐 노조원들을 끌어내던 날에도 컨테이너 창고에 숨어 크레인을 지켰다. "무조건 남아서 밥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만 했어요. 김 지도위원이 편하게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순간이 밥이 올라가는 그 순간이라고 말했으니까요. 다급하게 숨어들고 보니 창이 없는 컨테이너 창고였어요. 불을 켜면 들킬까봐 암흑 속에서 숨죽여 하루를 보냈죠."

황씨는 2006부산지하철 비정규직 해고자였을 때 처음 김 지도위원을 만났다. 황씨도, 김 지도위원도 20년을 걸러 스물여섯살이라는 같은 나이에 해고자가 됐다는 이유 하나로 친구가 됐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해고를 당해보지않은 사람으로 처음에는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기사였지만, 오늘은 왠지 같은 시대

이 세상을 사는 사람으로서 마음에 와 닿았다. 워낙 가진 것이 바라는 것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저 평범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암이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면 꿈이 뭐냐고 묻는 다면, '원피스 입고 삼랑진 딸기밭에 가고 싶어요' 라고

대답했을 수도 있다. 전남 진도에 사는 한 장애인 여성이 시를 쓰는데 소원이 '라디오 프로에 나가 자기 시를 낭독하는 것이라'

했다. 그것이 행복인 것이다. 행복은 결코 사치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또하나 생각이 다르다고 너무 미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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